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중대한 결정까지, 뇌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며 고민합니다. 때로는 “도대체 내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이렇게 결정이 힘들까?”라는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죠.
오늘 소개할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 KAIST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입니다.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뇌 모양의 지도, 그리고 그 위를 걷는 발자국들은 이 책이 우리에게 지성의 숲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북임을 상징합니다.
단순히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과학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는 결정의 고통,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갈망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명쾌하게 풀어낸 ‘인생 지침서’에 가깝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발견한 이 책의 진짜 가치를 소개합니다.

1. 햄릿 증후군과 결정장애, 뇌는 답을 알고 있을까?
책의 1부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이라는 주제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주하는 심리적 문제들을 뇌과학의 언어로 해석해 줍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1장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와 제2장 ‘햄릿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책의 내지에서는 현대인들이 겪는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을 언급하며, 정보 과잉 시대에 우리가 왜 그토록 선택을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그 우유부단함이 뇌의 어떤 작용과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합니다.
단순히 “결단력을 길러라”라고 훈계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릅니다. 저자는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뇌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소모와 불확실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메커니즘을 제시합니다.
또한 1부에서는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3장)’,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4장)’,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6장)’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합리적인 척하지만 실은 비합리적인 우리 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2. 4차 산업혁명과 AI, 순응하지 않는 자들이 만드는 미래
보라색 간지로 구분된 2부는 시선을 미래로 확장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라는 대주제 아래,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생존 전략을 모색합니다.
제8장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과 제9장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는 지금 우리가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을 정조준합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 대신, 뇌과학자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역량에 주목합니다.
그 해답은 바로 ‘창의성’과 ‘비순응’입니다. 제7장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와 제11장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를 통해, 저자는 남들이 가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이 혁명을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획일화된 성공 방식을 강요받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3. 데이터로 증명하는 뇌과학의 세계
《열두 발자국》의 또 다른 매력은 저자의 주장이 탄탄한 과학적 근거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텍스트 사이사이에 배치된 다양한 그래프와 실험 데이터를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선택의 가짓수와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특정 상황에서 뇌의 활성화를 보여주는 이미지 등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심리적 현상들을 객관적인 팩트로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된 뇌 구조 그림과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줍니다.

4. 마무리하며: 지도 밖의 숲을 걷는 용기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지도 밖의 숲을 걷는 이를 위한 열두 번의 강의”
이 문구야말로 이 책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정재승 교수는 우리에게 정해진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뇌라는 복잡한 미로를 탐험하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을 건넸습니다.
지금 결정장애로 고민하고 있거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열두 번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 안개가 걷히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