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당신은 이 세상에 불시착한 외계인 같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남들은 자연스럽게 익히는 ‘눈치’나 ‘사회적 관계’가 유독 나에게만 암호처럼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종종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탓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 과학이라는 명쾌한 도구로 인간이라는 복잡한 난제를 풀어낸 사람이 있다. 오늘 소개할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자폐인 과학자가 들려주는 가장 이성적이고도 따뜻한 인간 탐구기다. 삶이 혼란스럽고 관계가 버거운 당신에게, 이 책은 과학적 원리를 통해 당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위로한다.

1.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 머신러닝과 의사 결정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때마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저자 카밀라 팡은 이 과정을 ‘머신러닝’에 비유한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실수나 실패는 단순히 부끄러운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축적해야 할 소중한 데이터다.
- 데이터 수집: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보를 모은다.
- 패턴 인식: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 알고리즘 수정: 다음번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행동 방식을 조정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실패’는 없다. 오직 ‘학습’만이 존재할 뿐이다. 상자 안에 갇혀 정해진 답만 찾으려 하지 말고, 머신러닝처럼 끊임없이 학습하며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2.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 열역학 제2법칙
당신은 흐트러진 방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가? 혹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이 책의 챕터 3에서는 ‘열역학’을 통해 질서와 무질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즉, 혼란과 무질서는 자연스러운 우주의 섭리다.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어쩌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일지 모른다.
- 무질서의 수용: 삶이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 에너지 효율: 모든 것을 통제하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 자연스러운 흐름: 혼란 속에서도 나만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을 괴롭히기보다, 무질서한 상태 그 자체를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어지러운 책상도, 예상치 못한 변수도 모두 삶의 일부다.

3. 두려움을 다루는 법: 빛의 굴절
두려움은 우리의 시야를 왜곡한다. 마치 물속에 있는 막대가 꺾여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빛과 굴절’의 원리를 통해 두려움의 실체를 해부한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종종 실체보다 과장되어 있다. 굴절된 빛이 사물의 위치를 다르게 보이게 하듯, 두려움이라는 매질을 통과한 현실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책에 수록된 다이어그램은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산란하고 굴절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원리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두려움을 직시할 수 있다. 왜곡된 상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생긴다. 두려움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빛처럼 다루고 조절해야 할 에너지다.

4.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법: 파동과 공진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은 대부분 서로 다른 ‘파장’에서 비롯된다. 챕터 5는 ‘파동설’과 ‘공진 주파수’를 통해 조화의 기술을 설명한다.
모든 물체는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다. 억지로 타인에게 맞추려다 보면 불협화음이 생긴다. 진정한 조화는 서로의 고유함을 인정할 때 일어나는 ‘공명’ 현상과 같다. 영상 속 파동 그래프들이 서로 간섭하고 중첩되며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듯, 우리도 타인과 섞이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 나의 주파수 찾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한다.
- 간섭과 중첩: 타인과의 충돌을 두려워 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 공명하기: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울림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

5. 인간처럼 행동한다는 것: 화학결합과 결속
우리는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 저자는 이를 ‘화학결합’으로 설명한다. 원자들이 서로 전자를 공유하거나 주고받으며 안정을 찾듯, 인간관계도 일종의 화학 반응이다.
어떤 관계는 공유결합처럼 단단하고, 어떤 관계는 이온결합처럼 서로를 당긴다. 중요한 건 결합의 형태가 아니라, 그 결합이 나에게 어떤 안정감을 주느냐다. 억지로 붙으려 하지 않아도, 조건이 맞으면 결합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결론: 당신이라는 원소는 그 자체로 온전하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차가운 과학 용어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자폐인 과학자인 카밀라 팡은 세상이라는 실험실에서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으며 인간을 탐구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이 남들과 다르거나, 조금 삐걱거린다고 해서 사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오류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고유한 종(species)이 가진 특성일 뿐이다. 분자 동역학이 입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듯, 당신의 행동과 감정에도 타당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
삶이 해석되지 않아 답답할 때,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중심을 잡기 힘들 때 이 책을 펼쳐보라. 과학적 질서 속에서 당신의 자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가? 실수하고, 깨지고, 다시 데이터를 모으는 그 모든 과정이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니, 당신의 존재에 대해 절대 사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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