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도입: 폭풍의 시작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 소식은 한국 정치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뉴스는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정작 이 결정의 근거가 된 공식 결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결론에만 집중했을 뿐,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논리와 근거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결정문 원문을 깊이 파고들어, 언론 보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놀랍고 충격적인 핵심 내용 5가지를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이것은 단순한 징계 문서를 넘어,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2. 첫 번째 발견: 단순한 악플이 아니었다, ‘조직적 여론 조작’의 정황
결정문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당원게시판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윤리위는 이 사건에서 명백한 ‘조직성’의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핵심 근거는 한 전 대표 본인 명의의 계정을 포함한 6개 계정이 단 두 개의 IP 주소를 공유하며 1,000건이 넘는 비방글을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게시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분석의 깊이입니다. 윤리위는 동일한 문장 부호와 띄어쓰기, 단어 표현 등이 여러 계정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복붙(복사붙이기)”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나아가 위원회는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이라는 기법을 통해 6개의 다른 계정에서 단 2개의 ‘개성(personality)’만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상 2명이 6개의 계정을 번갈아 사용하며 글을 썼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 표출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가지고 여론을 형성하려 한 조직적 시도였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3. 두 번째 발견: 윤리위는 ‘프로파일러’처럼 분석했다
이번 결정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윤리위원회가 사용한 분석 방법의 전문성입니다. 윤리위는 단순히 게시글의 내용만을 보지 않고, 작성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결정문은 게시글 작성자들을 “통상적으로 보여지는 감정·충동에 의한 간헐적 댓글 작성자라기보다는 꼼꼼하고 숙고한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행위자”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위원회가 ‘조직적 공론조작’의 5단계 모델을 적용해 사건을 분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이 모델은 ①편견의 닻 내리기(anchoring bias) ②선택적 인식(selective perception) ③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등의 단계로 구성되는데, 윤리위는 이 사건이 최소 3단계까지 진행된 정황이 관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방법론적 엄격함은 정당 내부 징계 기구가 아닌, 정보기관이나 허위정보를 연구하는 학술 기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윤리위가 이 사건을 단순한 품위유지 위반이 아닌, 정교하게 기획된 ‘정보 작전’으로 간주했음을 시사합니다.
4. 세 번째 발견: ‘합리적 의심’이라는 칼날
한동훈 전 대표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여부는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윤리위의 판단 기준은 매우 명확하고 날카로웠습니다.
먼저, 윤리위는 “형사사법적 절차가 요구하는 수준”에서는 한 전 대표가 직접 글을 썼다고 확증할 수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영미법의 민사상 개념인 “상대적 증거의 우월의 가치(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수준에서는 그가 작성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는 없더라도, 여러 정황 증거의 무게를 종합했을 때 그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리위가 제시한 구체적인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 명부를 기준으로 동명이인 ‘한동훈’ 전원을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 번호와 선거구 정보를 통해 해당 계정 명의자가 한 전 대표 본인임을 특정한 점.
2. 2024년 11월 6일 서버 셧다운 동안 한 전 대표와 그의 배우자 명의 계정에서 게시글이 대량으로 삭제된 점.
3. 당시 당대표였던 한 전 대표가 내부 조사를 중단시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를 취한 점.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여 윤리위는 다음과 같이 수사의뢰를 권고하며 공을 사법기관으로 넘겼습니다.
만약 피조사인 본인이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다면 이는 윤리적,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본 윤리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형사사법절차의 영역이며, 따라서 당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의뢰를 할 것을 권고한다.
5. 네 번째 발견: 사건 은폐와 리더십의 책임
결정문의 논리는 사건 자체의 비위보다, 리더십의 위기관리 실패와 은폐 시도에 징계의 무게추를 옮깁니다. 징계의 핵심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정문은 당시 당대표였던 한 전 대표가 가족 연루 사실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당무감사위원회의 ‘당게 사건’ 내부 조사를 중단시킨 것과 서버 셧다운 시기에 맞춰 게시글이 대량 삭제된 정황을 연결하며, 이를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닌 적극적인 은폐 시도로 규정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결정문이 한 전 대표가 “당차원에서 수사기관에 법률대리인 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수사중단을 요청하였다”고 명시한 부분입니다. 이는 내부 조사를 넘어 외부의 공식적인 수사 절차에까지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리더의 ‘관리책임’과 ‘신의성실’이라는 직업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문제 해결 노력은커녕 조사를 방해하고 사실관계를 늦게 시인한 행위가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것입니다.
6. 다섯 번째 발견: “마피아와 테러리스트”라는 이례적인 표현
결정문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은 윤리위에 대한 공격을 묘사한 대목입니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허위조작정보를 동원해 위원회를 공격한 행위를 극단적인 표현으로 규탄했습니다.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비판이 아닌 “괴롭힘(bullying)” 또는 “공포의 조장(terrorizing)”으로 명시되었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를 폭탄 테러하는 “마피아나 테러단체”에 비유하는, 정당 공식 문서라고는 믿기 힘든 이례적인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극단적 비유의 근거로 측근들이 유포한 구체적인 허위사실들을 적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위원이 과거 통진당원이었다거나, JMS 사건을 수임했다는 등 전혀 사실과 다른 정보들을 동원해 위원들의 인격을 살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당시 위원회가 느꼈던 압박과 위협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 이탈리아 마피아 소탕을 이끌던 “지오반니 팔코네” 판사와 그 배우자를 상대로 폭탄테러를 자행한 마피아와 같다. … 피조사인과 그 계파 측근들의 최근 허위조작정보 공세로 인격살인을 당했다.
7. 결론: 결정문이 던지는 질문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문은 단순한 징계 통보서가 아닙니다. 이는 정당의 징계 기구가 어떻게 정보기관 수준의 분석을 통해 조직적 여론 개입 의혹을 파고들었는지, 그리고 리더십의 책임과 은폐 시도를 어떻게 단죄했는지를 담은 하나의 기록물입니다.
결정문은 허위조작정보를 동원한 공격으로부터 위원회 자체의 존립을 지키고, 향후 유사한 행위를 막기 위한 ‘선례(precedent)’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한 개인의 정치적 운명을 넘어, 이 결정문은 우리 정치에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한 정당의 윤리위원회가 ‘정보 심리전’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기강을 세우려 한 이 기록은, 과연 분열된 정치를 위한 처방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인가?
출처: 국민의힘 보도자료 => 중앙윤리위원회 결정문 및 추가 보도자료 (26.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