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가장 위험하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상식적이고 공정한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대놓고 괴롭히지 않으니, “나는 차별을 하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자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은 우리의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뼈아프게 꼬집습니다. 혐오표현 문제를 다룬 명저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의 신작,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입니다.

1. 선량한 우리도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책의 표지에 적힌 파란색 제목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마치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차별을 ‘악의적인 누군가’가 저지르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 속에 만연한 구조적인 차별을 놓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목차의 1부 ‘차별이란 무엇이고, 왜 나쁜가’에서는 차별의 정의를 다시 세웁니다. 누군가를 때리고 욕하는 것만이 차별이 아닙니다. “여자가 감히”, “장애인이 집에나 있지” 같은 노골적인 말뿐만 아니라, “칭찬하려고 한 말인데 왜 그래?”, “너는 한국 사람 다 됐네” 같은 무심한 말들(미세공격) 또한 누군가를 배제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차별임을 명확히 합니다.

2. “역차별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술자리나 인터넷 댓글창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룹니다.

책의 2부 ‘차별, 알아야 맞설 수 있다’를 넘기다 보면 “차별금지가 역차별을 낳는다?”라는 챕터가 눈에 띕니다. “여성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아닌가?”, “소수자를 보호하려다 다수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이러한 흔한 반론들에 대해 저자는 법학자의 논리로 차분하게 반박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왜 역차별이 아닌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해 줍니다.

3. 차별금지법, 처벌이 아닌 공존을 위한 약속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3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에서는 이 법을 둘러싼 숱한 오해를 바로잡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목차 중 “처벌 대신 권고로”라는 챕터 제목이 보여주듯, 이 법의 본질은 감시와 처벌이 아닙니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가 ‘어떤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상징적인 기준선이며,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강조합니다.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법조차 없다면 구조적 차별을 해결할 시작점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구조적 차별을 인정하는 용기

책의 마지막 4부 ‘차별금지와 평등의 미래’에서 저자는 “구조적 차별을 부정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평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선언해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 마무리하며: 공존을 위한 필독서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이었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 “나는 공정한 사람”이라고 믿는 분

  • 차별금지법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한 분

  • 혐오와 갈등의 시대를 건너갈 지혜가 필요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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